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의 사실에 기반한 세계관과 10가지 오해본능

 



팩트풀니스 이미지


"세상은 왜 점점 나빠지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매일 접하는 뉴스는 테러, 자연재해, 질병, 전쟁 등 끔찍한 소식으로 가득하고, 우리는 세상이 점점 더 위험하고 불평등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세계적인 의사이자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은 그의 저서 '팩트풀니스(Factfulness)'에서 이러한 인식이 사실과 얼마나 거리가 먼지 보여줍니다.

2019년 3월 김영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가 미국 모든 대학 졸업생에게 선물했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천한 이 책은 팩트(사실)에 기반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소중한 안내서입니다. 이 글에서는 '팩트풀니스'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와 그 의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한스 로슬링과 '팩트풀니스'의 탄생

한스 로슬링(1948-2017)은 스웨덴의 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 통계학자로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교수였습니다. 그는 전 세계를 다니며 공중보건 문제를 연구하고, 데이터를 통해 세계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강연으로 유명해졌습니다. 특히 TED 강연에서 보여준 그의 생동감 넘치는 데이터 시각화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팩트풀니스'는 로슬링이 평생에 걸쳐 발견한 통찰을 담은 그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2016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 책을 완성하기 전인 2017년 2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아들 올라 로슬링과 며느리 안나 로슬링 뢴룬드가 그의 유지를 이어받아 책을 완성했습니다. 이 책은 한스 로슬링이 평생 추구한 '사실충실성(Factfulness)'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로슬링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계 상황에 대한 간단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심지어 고학력자와 전문가들조차)은 침팬지가 무작위로 답을 고르는 것보다 더 낮은 정답률을 보였습니다. 이는 우리의 세계관이 사실보다는 편견과 오해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로슬링은 이러한 오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한 세계관을 가질 수 있는지를 이 책에서 설명합니다.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4단계 분류법

로슬링은 먼저 우리가 세계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단순하게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현실을 왜곡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4단계 분류법을 제안합니다.

이 분류법은 일일 소득을 기준으로 세계를 네 개의 소득 수준으로 나눕니다.

  • 1단계: 하루 $2 미만 (극심한 빈곤)
  • 2단계: 하루 $2~$8 (기본적 필요는 충족)
  • 3단계: 하루 $8~$32 (일부 여유 있는 생활)
  • 4단계: 하루 $32 이상 (높은 소득)


이 분류법을 통해 로슬링은 현대 세계의 중요한 사실을 밝혀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인류는 1단계에 있지 않고, 2단계와 3단계에 분포해 있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인구 중 약 10억 명이 1단계, 약 30억 명이 2단계, 약 20억 명이 3단계, 그리고 약 10억 명이 4단계에 있습니다. 이는 세계가 '부자'와 '가난한 자'로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는 오래된 관점을 뒤집는 발견입니다.

로슬링은 이 분류법을 통해 지난 200년간의 인류 발전사를 설명합니다. 1800년대에는 대부분의 인류가 1단계에 머물렀지만, 점진적인 발전을 통해 오늘날에는 대다수가 중간 단계로 이동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로슬링이 말하는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본능

'팩트풀니스'의 핵심은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게 만드는 10가지 본능에 대한 설명입니다. 로슬링은 이러한 본능들이 인간의 사고방식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 사실에 기반한 세계관을 갖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 10가지 본능을 이해하고 경계함으로써, 우리는 더 정확한 세계관을 가질 수 있습니다.


1. 간극 본능 (The Gap Instinct)

세상을 '우리'와 '그들'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양분하려는 경향입니다. 로슬링은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간에 위치하며, 극단적인 차이보다는 점진적인 차이가 더 일반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평균값만 보지 말고, 분포도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부정 본능 (The Negativity Instinct)

좋은 뉴스보다 나쁜 뉴스에 더 주목하고, 과거를 미화하며 현재와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입니다. 로슬링은 실제로 많은 지표들(빈곤율, 아동 사망률, 평균 수명 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나쁜 면과,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면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직선 본능 (The Straight Line Instinct)

데이터의 추세가 직선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경향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추세는 S자 곡선이나 다른 형태로 변화합니다. 인구 증가율이 대표적인 예로, 초기에는 급증하다가 점차 안정화됩니다.

4. 공포 본능 (The Fear Instinct)

위험을 과대평가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경향입니다. 미디어는 종종 드라마틱한 사건을 과장해서 보도하며, 이로 인해 실제 위험을 오판하게 됩니다. 로슬링은 위험을 평가할 때 실제 데이터에 기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5. 규모 본능 (The Size Instinct)

단일 숫자에 압도되어 상대적인 비율이나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입니다. 1만 명의 사망자 숫자는 충격적이지만, 인구 10억 명 중 1만 명은 0.001%에 불과합니다. 항상 숫자를 비교하고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일반화 본능 (The Generalization Instinct)

한 범주의 모든 것이 비슷하다고 가정하고, 고정관념으로 세상을 단순화하는 경향입니다. 로슬링은 각 범주 내에도 다양성이 존재함을 인식하고, 예외를 찾아보며, 자신의 지식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것을 권장합니다.

7. 운명 본능 (The Destiny Instinct)

특정 집단, 국가, 문화, 종교 등의 내재적 특성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경향입니다. 그러나 로슬링은 모든 사회가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변화는 느릴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8. 단일 관점 본능 (The Single Perspective Instinct)

복잡한 문제를 단일 관점이나 단일 원인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입니다. 로슬링은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여러 도구와 관점을 활용해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볼 것을 제안합니다.

9. 비난 본능 (The Blame Instinct)

누군가 또는 어떤 집단에 책임을 돌리려는 경향입니다. 이는 복잡한 문제의 시스템적 원인을 간과하게 만들고,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방해가 됩니다. 로슬링은 비난보다는 원인을 이해하는 데 집중할 것을 권장합니다.

10. 긴급 본능 (The Urgency Instinct)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게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경향입니다. 이는 종종 충분한 정보 없이 성급한 결정을 내리게 만듭니다. 로슬링은 대부분의 경우 급할 것 없이 천천히 생각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여유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러한 10가지 본능은 우리 모두의 사고방식에 잠재해 있습니다. 로슬링은 이것들이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방해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러한 본능들을 인식하고 제어함으로써, 우리가 더 '팩트풀(factful)', 즉 사실에 충실한 세계관을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데이터로 보는 진실: 세상은 정말 나아지고 있는가?

로슬링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세계가 실제로 여러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다양한 통계 자료를 통해 이를 증명합니다.

  • 극심한 빈곤: 180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약 85%가 극심한 빈곤 속에 살았지만, 오늘날에는 이 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 아동 사망률: 지난 세기 동안 전 세계 아동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 평균 수명: 전 세계 평균 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 교육: 기초 교육을 받는 아동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 민주주의: 민주주의 체제 하에 살고 있는 인구 비율이 증가했습니다.


로슬링은 이러한 진전이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일어나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분명히 긍정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우리가 세계의 개선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현존하는 문제들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들을 정확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로슬링은 또한 '이제까지 잘해왔으니 알아서 다 잘될 것'이라는 식의 맹목적 낙관주의도 경계합니다. 그는 진전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끊임없는 노력과 지식에 기반한 결정의 결과임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팩트풀니스'는 단순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현실적 희망을 제시합니다.


비판적 시각: '팩트풀니스'의 한계

로슬링의 '팩트풀니스'가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모든 사람이 그의 시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지적합니다:

첫째, 로슬링이 선택한 통계치들이 세계의 복잡하고 때로는 모순적인 변화를 모두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가 초점을 맞춘 지표들은 대체로 경제적, 물질적 발전을 측정하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의 이면에는 환경 파괴, 불평등 심화 등 다른 문제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 로슬링의 분석은 현대 기술 기반 경제의 전제 조건과 생태학적 영향에 대해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인류의 물질적 발전이 화석 연료와 지구 자원의 대량 소비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기후 변화와 같은 새로운 도전을 가져왔다는 점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팩트풀니스'는 우리의 세계관을 재점검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사고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가치 있는 도서임은 분명합니다. 로슬링의 메시지는 현실의 모든 측면을 다루지 못할 수 있지만, 우리가 세상을 더 정확하게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일상에서의 '팩트풀니스':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는 단순히 세계 상황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더 팩트풀하게 사고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합니다.

  • 데이터를 확인하고 맥락 속에서 이해하기
  • 이분법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점진적인 차이를 인식하기
  • 여러 관점과 다양한 정보 소스를 활용하기
  • 미디어의 부정적 편향을 인식하고 균형 잡힌 시각 유지하기
  • 통계와 숫자를 비교하고 상대적인 의미 파악하기
  • 긴급함에 휩쓸리지 않고 신중하게 판단하기


이러한 접근 방식은 공적인 논의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결정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뉴스를 소비하고, 정치적 의견을 형성하고, 미래를 계획할 때, '팩트풀니스'의 원칙을 적용한다면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로슬링은 특히 교육자, 언론인, 정책 입안자 등 정보를 전달하고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팩트풀니스'를 실천할 것을 강조합니다. 이들이 정확한 데이터와 균형 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소통한다면, 사회 전체가 더 사실에 기반한 세계관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무리: 한스 로슬링의 유산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는 단순한 책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그가 평생 추구한 미션, 즉 사람들이 세상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의 결정체입니다. 2017년 그의 죽음 이후에도, 그의 가족과 갭마인더 재단은 그의 유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가짜 뉴스', '포스트-진실'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진실성을 판단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로슬링의 메시지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그는 우리에게 기본적인 데이터 소양, 비판적 사고, 그리고 균형 잡힌 세계관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팩트풀니스'는 우리가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인 극단에 빠지지 않고, 데이터와 사실에 기반한 현실적인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줍니다. 로슬링의 말처럼, "세상은 여전히 많은 문제들로 가득하지만, 그것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우리는 더 효과적으로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조금 더 '팩트풀'해진다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한스 로슬링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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